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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2기, 꼭 읽어야 할 '이 책'

경제학자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보호무역과 계획 경제정책을 통해 성장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에 불리한 경제적 조건을 강요하고, 그들이 경제 성장의 기회를 차단하는 방식에 대해 예리하게 분석한 책이다. 장 교수는 이를 통해 경제 대국들이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자신들이 이미 성장한 뒤에는 보호무역을 시행하며, 약소국들에게는 자국이 겪었던 것과 같은 발전 기회를 차단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2025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금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내용이 더욱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 트럼프 정부는 대외적으로 자유무역을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보호무역을 강화하여 수출국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장하준 교수가 지적한 ‘사다리를 걷어차는’ 경제적 전략과 일치한다. 미국은 자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했지만, 이제는 자신들이 성장한 뒤에는 다른 나라들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없도록 경제적 장벽을 세운다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이 책에서 경제 대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경제적 불균형을 비판하며, 자유무역을 부르짖으면서 자신들은 보호무역을 실행하는 선진국들의 이중성을 폭로한다. 그 예로 영국이 19세기 산업화 시기 높은 관세와 보조금을 통해 경제적 패권을 구축하고, 후에 자유무역을 다른 나라들에게 강요한 사례를 들었다.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이를 비판하며, “정상의 자리에 도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뒤따라 올 수 없도록 자신이 타고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매우 교묘한 전략이라고 했다.

 

책에서는 경제 대국들이 자신들이 성공한 이유를 단순히 자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그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부모와 사회의 지원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경제적 성공이 단순히 자립의 결과라기보다는 다양한 지원과 기회의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 보호무역과 보조금 정책을 사용할 때 이를 ‘불공정 경쟁’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선수들의 수준이 다를 때 경기장이 평평하다면 결국 불공정한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유를 들어, 경제 대국들이 주장하는 자유무역이 실제로는 공정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를 넘어서, 인터넷, AI, 반도체 산업 등 첨단 기술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들 산업에서는 초기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크기 때문에, 단순히 제조업을 통한 경제 성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지식재산권 보호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적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개발한 약이 다른 나라에서 카피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데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이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치명적인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한다.

 

장하준 교수는 또한 트럼프 정부의 리쇼어링과 보호무역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트럼프의 정책은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국제 금융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나 동결 의지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식 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등, 이러한 경제적 혼란이 미국과 다른 국가들 간의 경제적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지식재산권에 관한 분쟁도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 대국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나타낸다. 미국과 중국,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매일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신기술 개발을 위한 자본이 부족하고, 선진국의 특허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오늘날의 국제 경제 질서를 비판하면서, 경제 대국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들의 성장 전략을 숨기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참고서로, 이 책은 현대 경제의 불평등과 불공정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경제적 위기와 혼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필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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