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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투수 무덤' 두산, 올해는 다르다... 어빈의 3이닝 '완벽투'에 KBO '경악'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메이저리거 출신 콜 어빈(31·미국)이 시범경기에서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시범경기에서 두산은 삼성을 8-5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선발 투수 어빈이었다. 그는 3이닝 동안 단 1안타만 허용하며 4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무결점 투구를 펼쳤다. 특히 10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단 30개의 공만 던지는 효율적인 피칭을 보여줬으며,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찍었다.

 

어빈의 첫 등판은 완벽 그 자체였다. 1회말 삼성의 선두타자 김성윤을 147km 직구로 삼구 삼진 처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김헌곤을 1루 땅볼로, 구자욱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며 1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특히 구자욱을 상대로 던진 150km 직구는 이날 그의 최고 구속이었다.

 

2회에도 어빈의 위력적인 투구는 계속됐다. 강민호를 1루 뜬공, 전병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재현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윤정빈을 2루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이해승(3루 땅볼), 심재훈(헛스윙 삼진), 김성윤(투수 앞 땅볼)을 차례로 제압하며 완벽한 투구를 마쳤다.

 

두산에게 어빈의 호투는 단비와 같다. 지난 시즌 두산은 외국인 투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고전했다. 1선발로 기대를 모았던 라울 알칸타라는 팔꿈치 부상으로 2승 2패 평균자책점 4.76의 성적만 남긴 채 조기 출국했다. 브랜든 와델은 14경기에서 7승 4패 평균자책점 3.12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왼쪽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에 이탈했다. 이후 영입한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도 팔꿈치 부상으로, 조던 발라조빅도 부진으로 인해 시즌을 마치지 못했다.

 


이런 악재를 겪은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잭 로그(29·미국)와 어빈을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다. 어빈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연봉 80만 달러)에 계약했다. 신장 193㎝, 체중 108㎏의 체격 조건을 갖춘 그는 2016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5라운드 지명을 받은 좌완 투수로, 2019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어빈은 134경기(선발 93경기)에 등판해 593이닝 동안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54의 성적을 기록했다. 434개의 탈삼진을 뽑아냈으며, 지난 시즌에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며 29경기(선발 16경기)에 등판해 6승 6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두산 구단은 어빈의 강점으로 "좌완임에도 최고 153㎞에 달하는 속구의 위력이 빼어나다. 커브와 커터,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수준급이며, 빅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16개에 불과할 만큼 준수한 제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시범경기 전 "어빈이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것 같지만, 개막에 맞춰 잘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컨디션은 로그가 좋지만, 어빈에게 저희가 워낙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뛴 선수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산 팬들은 어빈을 '좌완 니퍼트'에 비유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과연 어빈이 두산의 오랜 외국인 투수 징크스를 깨고 시즌 내내 안정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두산의 2025 시즌 성패는 어빈과 로그라는 두 외국인 투수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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