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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후보, 김어준 방송 출연 예고...지지자의 '탕평책' 제안 통했나?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을 통과한 홍준표 후보가 진보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의 방송에 출연할 계획을 밝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보수 정당의 대선 경선 주자가 대표적인 진보 성향 스피커의 방송에 직접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홍 후보는 지난 24일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에 올라온 한 지지자의 글에 직접 댓글을 달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국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윤석열(전 대통령)도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도 다 품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작성자 A씨는 현재의 정치 상황을 짚으며 "이재명 세력도, 윤석열 세력도 다 포용하되, 출신 따지지 않고 능력 위주로 인사 채용하고, 온건하고 타협적인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조선 시대 영조의 탕평책을 예로 들며 "영조는 이인좌의 난 이후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소론을 다시 기용했다. 탕평을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이어 홍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가 될 경우를 가정하며 "김어준이 ‘매불쇼’에 나가서 겁먹은 좌파 애들을 안심하라고 타이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방송인 최욱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매불쇼’는 24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씨가 운영하는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역시 21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대표적인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이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경선 끝나면 김어준 방송에도 나가볼 생각입니다"라고 짧지만 명확하게 답하며 해당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홍 후보와 김어준씨의 인연은 사실 20년 전인 2004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김씨는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 창간자이자 한겨레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후 2007년 김씨가 S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앤조이’를 진행할 때는 홍 후보가 매주 ‘시사감식반 홍반장’ 코너에 고정 출연하며 친분을 쌓았다. 2011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 후보가 김씨의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7년 경남지사 재임 시절과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로서 활동할 때도 홍 후보는 김씨의 방송에 꾸준히 출연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 2021년 제20대 대선 당시에도 김씨가 진행하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바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홍 후보의 발언은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보수 진영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후보가 진보 성향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김어준씨의 방송에 출연함으로써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중도층 및 진보층 일부에게까지 소구력을 넓히려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홍 후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